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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안과 밖에서의 모습은 우리사회의 평균적인 형태로도, 한 가족 내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 수요도 달라진다. 초저출생, 국가소멸이라는 위기 의식으로 추진력을 얻은 영향이 크긴 하나, “가족”의 새롭고 다양한 수요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의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지원정책은 영아기의 여러 현금수당과 미취학 전 연령의 무상보육, 0~8세 육아휴직과 0~12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가정별 상황과 아동 연령에 대응하는 제도적 틀을 갖추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기관의 중요한 역할은 가족정책에 대한 국가적 방향과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앙정부가 촘촘히, 빠르게,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요를 메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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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시의 가족지원 종합 프로젝트인 탄생응원서울프로젝트의 시즌2가 발표되었다. 눈에 띄는 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중앙정부의 영유아부터 초등기 보육·돌봄 서비스에 대한 보충 지원을 더욱 강화했다. 어린이집은 기존의 거점형 야간보육, 주말보육, 휴일보육 등에 서울형 시간제전문 어린이집 시범운영이 추가되었고, 아이돌봄 서비스는 영아전담, 등하원, 아픈 아이를 위한 서비스와 더불어 둘째 출산 시 첫째 아이에 대한 아이돌봄비 본인부담금을 지원한다. 초등 돌봄은 거점형 키움센터에서 아픈아이 일시돌봄, 병원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맞벌이 등으로 아침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위해 아침돌봄 키움센터를 신규 운영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중소기업 종사자 등 일·가족양립 지원제도의 사각지대라 불리우는 근로자 부모의 출산과 양육을 응원하는 일이다. 법적으로 부모휴가가 보장된 근로자조차 맘 편히 이용할 수 없고 아버지는 더 어렵다는 점도 큰 문제이지만, 유럽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부모휴가(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는 고용보험을 기반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혜택받지 못하는 부모 근로자가 다수 존재한다. 2023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약 20%이고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이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전체 사업체 중 99.8%가 300인 미만 사업체이고, 전체 종사자 중 82.6%가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일 정도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이 높다(고용노동부, 2022 사업체노동실태현황).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서울시는 소상공인에게 육아휴직 대체인력, 민간 아이돌봄비, 임신·출산으로 인한 휴업 손실을 지원하고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와 그 배우자의 출산 시 급여를 지원한다. 중소기업에는 워라밸 포인트제에 이어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수당, 동료 업무대행수당, 출산휴가 마지막 30일에 해당하는 급여를 추가로 도입했다.

세 번째는 아동발달과 양육자의 양육행동과 심리적 적응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개입이다. 영유아의 발달수준이나 양육자-아동의 상호작용 점검을 통해 위험군에 대한 상담과 다회기의 후속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는 2023년 개소 이래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구적인 사업 사례로 꼽힌다. 양육 어려움을 겪는 영유아 양육자에게 셀프점검과 영상관찰을 통한 코칭을 제공하는 양육코칭센터도 얼마 전 문을 열었다. 인터넷에 육아와 교육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전문가에게 받는 개별적이고 심층적인 점검과 상담의 의미가 더욱 크다. 한편 난임시술 수요가 커지면서 정부 지원도 확대되었고, 이로 인해 출생아 수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동시에 난임부부와 임신부부의 우울증상과 같은 마음건강에 대한 지원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은 가족구성원의 관계와 문화, 역할의 변화일 것이다. 특히 서울시 양육자들은 일가정양립과 평등한 역할분담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고 이미 변화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시스템 간의 괴리가 큼에도 중앙정부는 육아로 인한 근로 감소를 보상할 수는 있지만, 가정 내에서 부부가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을 어떻게 분담하는지, 가족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관계 맺는지,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심리적 웰빙이 어떠한지와 같은 부분은 직접적인 정책 수단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가족 구성원의 행동 그리고 그것이 모여서 이루는 문화 형성을 지원하거나 이미 바뀐 문화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