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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숙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던 돌봄

최근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실 손자녀 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낯선 현상이 아니다. 맞벌이 가구 증가와 돌봄 공백 문제 속에서 많은 조부모들이 가족 내 중요한 돌봄 제공자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러한 돌봄은 가족 내부의 도움이나 희생으로 여겨져 왔으며 사회적 논의의 대상으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는 손자녀 돌봄을 단순한 가족 미담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가족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졌던 황혼 육아가 방송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되면서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방송은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조부모 돌봄의 현실을 사회에 드러내고, 가족 내부에 머물러 있던 문제를 공론장의 의제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최근 방송을 통해 황혼 육아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손자녀 돌봄은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논의해야 할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1. 황혼 육아는 왜 늘어나고 있는가?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황혼 육아는 왜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가족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맞벌이 가구 증가, 장시간 노동, 높은 양육비 부담, 부족한 돌봄 자원 등으로 인해 부모 세대가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조부모는 자연스럽게 돌봄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조부모는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리 양육자이면서, 동시에 실제 돌봄을 제공하는 주요한 인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최효미 등(2025)의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낮시간 동안 돌보는 사람으로는 기관, 모 다음으로 조부모가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으며, 부모 이외의 양육지원자는 조부모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마경희 등(2025)의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들은 평일 기준 주 평균 4.6일,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손자녀를 돌보고 있었으며,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약 26.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하지 않았지만 자녀의 상황 때문에 돌봄을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 세대의 돌봄 부담이 가족 내부로 전가되고 있으며, 맞벌이 증가와 돌봄 서비스의 부족 속에서 조부모가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황혼 육아의 증가는 조부모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변화된 가족구조와 사회적 돌봄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 방송이 보여준 황혼 육아의 이면

방송에서 재현되는 손자녀 돌봄과 황혼 육아의 모습은 결코 일관되지 않다. 초기에는 주로 조부모와 손자녀 간의 따뜻한 관계와 정서적 유대를 중심으로 황혼 육아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할머니 사랑 먹고 쑥쑥」, 「손주 돌봄이 보약이네」와 같은 제목이나 썸네일(Thumbnail)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손자녀 돌봄은 조부모에게 삶의 보람과 활력을 제공하고, 손자녀에게는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제공하는 긍정적 경험으로 그려졌다.

실제로 많은 조부모들은 손주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정서적 만족감을 경험하고, 가족 간 유대감이 강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손자녀 돌봄은 가족 내 상호 돌봄과 세대 간 연대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방송은 황혼 육아의 또 다른 현실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황혼 육아가 건강 앗아간다!」, 「황혼 육아에 지쳐 고생 좀 그만 시키라는 할머니」, 「자식 농사에 손주 농사까지… 황혼 육아에 등골 휘는 조부모들」과 같은 보도는 손자녀 돌봄이 단순히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 아니라 상당한 부담과 희생을 수반하는 돌봄 노동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최근 방송에서는 황혼 육아가 조부모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가족 상황에 의해 떠맡게 된 역할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해하면서도 서러운 황혼 육아」, 「황혼 육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같은 내용은 조부모들이 자녀의 경제활동과 양육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거나 조정해야 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이 황혼 육아를 바라보는 사회적 프레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가족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로 설명되던 황혼 육아가 이제는 돌봄노동, 노년의 삶, 그리고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공공의 문제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즉 방송은 황혼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족의 미담’에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돌봄 의제’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