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서울시 남성 양육자 대상 맞돌봄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남성의 양육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이를 지원하는 일이 가족센터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칼럼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니, 익숙하게 사용해 온 ‘맞돌봄’이라는 말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맞돌봄’이라는 말은 2020년을 전후해 남성 육아 참여 정책 용어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성의 육아 참여’와 같이 육아의 주체는 여성이고 남성은 돕는 존재라는 함축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남성도 양육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돌봄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이 말을 사용할 때 무엇을 함께 짚어야 할지 곱씹어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첫째는 돌봄을 기계적으로 공평하게 나누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가족마다, 사람마다 처지와 사정이 다른 만큼 돌봄을 자로 잰 듯 반씩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상황을 존중하며 역할을 합의하고, 함께 살피는 일입니다. 그렇게 조율한 결과라면, 설령 한쪽에 조금 더 무게가 쏠려도 그것대로 공평한 역할 분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둘째는 돌봄이 ‘부부만의 숙제’로 좁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돌봄은 부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사회의 돌봄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에, 이를 부부 두 사람만의 일로 한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맞돌봄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그 핵심이 **‘양육자 각자의 주체적인 돌봄 참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주인공이고 아빠가 조연으로 거드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 모두가 돌봄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놀이터에 나가 보면 아이가 그네와 정글짐 사이를 위태롭게 뛰어다니는 동안,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아빠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 장면만으로 평소의 양육 태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돌봄 조연의 단편적 모습입니다. 맞돌봄에서 중요한 건 시간을 공평하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시간에 온전히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또한 맞돌봄을 부부 둘만의 숙제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됩니다. 돌봄은 이웃과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양육 친화적인 사회문화와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돌봄 경험이 부족한 아버지들이 이웃과 지역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함께 돌보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쯤에서 구로구가족센터의 ‘천하무적부자야구단’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번 호 현장인터뷰에서 다루므로, 여기서는 맞돌봄의 의미를 보여 주는 장면을 짧게 전하겠습니다.

천하무적부자야구단은 17년째 이어져 온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정식 참여는 어려워지지만, 봉사활동을 하며 계속 함께하는 아버지들도 있습니다. 자녀를 다 키운 아버지들끼리 ‘천하무적패밀리야구단’이라는 사회인 야구단을 꾸려 모임을 이어 가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맞돌봄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을 찾기도 하고, 어떤 활동인지 잘 모른 채 아내의 권유로 신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글러브를 꼈다고 해서 곧바로 아이와 함께 운동장을 누비는 아빠로 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야구단 활동 내내 구석 자리를 찾아 자신을 숨기는 아버지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팀을 이끌어 가는 아버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자녀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캐치볼과 스윙을 가르치고 경기를 진행합니다. 처음 배트를 휘둘러 본 아이가 헛스윙으로 삼진 아웃을 당하면 누구보다 아쉬워하면서도, “방금 건 맞기만 하면 홈런이었다”라며 아이가 기죽지 않도록 힘껏 격려합니다.

그 아버지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다름 아닌 1년 전, 혹은 2년 전 운동장 한구석에서 자신을 숨기고 있던 바로 그 아버지들입니다. 서로에게 배우고, 자신이 받은 관심과 격려를 다음 참여자에게 건네며 이 야구단은 17년을 이어 왔습니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들이 돌봄의 주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가족센터에서도 남성 양육자의 맞돌봄 참여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들이 양육 참여의 의미와 방법을 배우고 일상에서 실천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교육과 놀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아버지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체적인 양육자로 세우고, 이웃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함께 돌보는 사회로 나가는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그 변화를 현장에서 만들어 가는 가족센터 실무자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